저급한 글로 여겨졌던 한글은 위기의 순간 가장 아름답게 꽃피운 언어가 되었습니다.
홍의장군 의병장 곽재우는 1552년에 태어났습니다. 3대가 높은 벼슬을 하며 천석꾼이었던 곽재우의 집안은 부유했습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곽재우는 자신의 집안 머슴 10명과 함께 의병을 조직합니다. 그는 자신의 곡식창고를 열어 의병들의 쌀독을 채워주며 짧은 기간 안에 2000명의 전투병력으로 증원됩니다.
부산 앞바다를 새까맣게 뒤덮으며 몰려든 일본군은 삽시간에 부산에 있는 성들을 무너뜨립니다. 거침없이 한양으로 다가오는데.. 지리산 골짜기에 있는 어울림에 의병장 곽재우가가 편지를 씁니다.
어울림은 당시 백정, 광대 같은 소외되고 천한 신분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마을인데 그 마을에 의병으로 힘을 보태달라고 편지를 쓴 것입니다. 훗날 어울림에선 이런 아이디어를 냅니다.
"일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우리말과 우리글로 의병을 모으고 밀서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좋은 무기예요. 그러니 임금님이 이르는 말씀을 비롯해 의병을 모은다는 방도 한글로 써서 붙이면 나라님이 우리를 가깝게 여기시는구나 하면서 백성들이 기꺼이 나설 거예요"
당시 사적이고 저급한 글로 여겨졌던 한글은 위기의 순간 가장 아름답게 꽃피운 언어가 되었습니다.
한글은 처음에는 훈민정음(訓民正音)이었죠~ 백성 즉 ‘국민을 위한 글’이란 뜻인데, 한글이란 말은 나라말 연구에 생애를 바치신 주시경 선생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글의 한이란 크다, 바르다 하나의 뜻도 있고 한국 한민족에서의 한의 뜻도 함께 지니고 한글이란 ‘훌륭한 우리의 글’이란 뜻이다
“글은 말을 담는 그릇이어서 이지러짐 없이 자리를 반듯하게 잡아 굳게 선 뒤에야 그 말을 잘 지킬 수 있다. 그리고 글은 또 말을 닦는 기계를 먼저 닦은 뒤에야 말이 잘 닦아진다 - 주시경-]
진실한 말과 문장을 감동 있게 읽어내는 것
그리고 내가 직접 글을 쓸 줄 안다는 것
얼마나 큰 복인지 모르겠습니다.
시편 34:13
네 혀를 악에서 금하며 네 입술을 거짓말에서 금할지어다
잠언 18:21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혀의 열매를 먹으리라
잠언 16:24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
한글날입니다. 오늘 아름다운 글을 한 편 읽어드리면서 시작합니다.
"쓸모없음'이 '쓸모 있음'의 배경이 될 때...
인생을 바꾸는 일보다
일상을 정돈하는 일이 가치가 있다고 느낄 때...
삶은 우리에게 특별함이라는 선물을 선사한다.
커다란 결과가 꼭 커다란 행복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일로 얻게 되는 기쁨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돌이켜보건대,
가장 진실한 말과 문장에
내 마음은 가장 깊게 베이곤 했다.
-언어의 온도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