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아름다룬 9월의 시를 읽어드립니다~
9월이 오는 소리 / 정헌영
멀어져 가는 여치 매미 소리
가느란 햇살에 익어 가는 벼이삭
수수밭에 앉은 고추잠자리의 날갯짓
파란 하늘 아래 흔들리는 코스모스
이 모든 정겨운 모습에서 가을빛을 본다
9월이 오는 소리에서 그리움이 녹고
스미는 가을빛에
사랑은 알밤처럼 익어 가는데
살찐 염소가 초원을 헤매며 사랑을 부르면
품속 그리움 꺼내 별빛 외로움을 훔친다
지난여름 된더위 소낙비에 얼룩진 마음에
흰 구름 뭉게뭉게 피어올라 천사 같은
그대를 그리면
내밀한 속 타는 마음 감추고 바라보는 내 마음은
실바람에 실려온 한 잎 이파리로
풀밭을 떠도는 신세 되어
가을빛 노을보다 더 붉은 여린 가슴만 쥐어뜯는다
구월 / 나태주
구름이라도 구월의 흰구름은
미루나무의 강언덕에
노래의 궁전을 짓는 흰구름이다
강물이라도 구월의 강물은
햇볕에 눈물 반짝여
슬픔의 길을 만드는 강물이다
바라보라
구월의 흰구름과 강물을
이미 그대는
사랑의 힘겨움과 삶의 그늘을
많이 알아버린 사람
햇볕이 엷어졌고
바람이 서늘해졌다 해서
서둘 것도 섭섭할 것도 없는 일
천천히 이마를 들어
구름의 궁전을 맞이하세나
고요히 눈을 열어
비늘의 강물을 떠나보내세.
9월의 기도 / 박화목
가을 하늘은 크낙한 수정 함지박
가을 파란 햇살이 은혜처럼 쏟아지네
저 맑은 빗줄기 속에 하마 그리운
님의 형상을 찾을 때, 그러할 때
너도밤나무 숲 스쳐오는 바람소린 양
문득 들려오는 그윽한 음성
너는 나를 찾으라!
우연한 들판은 정녕 황금물결
훠어이 훠어이 새떼를 쫓는
초동의 목소리 차라리 한가로워
감사하는 마음 저마다 뿌듯하여
저녁놀 바라보면 어느 교회당의 저녁종소리
네 이웃을 사랑했느냐?
이제 소슬한 가을밤은 깊어
섬돌 아래 귀뚜라미도 한밤내 울어예리
내일 새벽에는 찬서리 내리려는 듯
내 마음 터전에도 소리 없이 낙엽 질텐데
이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진실로 기도하게 하소서
가까이 있듯 멀리
멀리 있듯 가까이 있는
아픔의 형제를 위해 또 나를 위해......
9월에 대한 시 3편을 읽어드렸습니다. 누군가 한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달이 9월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여름의 뜨거움도 지나가고, 겨울의 추위도 멀리 있는 달 .. 바람은 적당히 차갑고 햇살은 적당히 따뜻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달이라는 것입니다.
9월은 내 곁에 있는 사람, 아픔을 간직한 사람을 위해 진실로 기도하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서둘 것도, 섭섭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천천히 이마를 들어 하늘의 은혜를 맞이하고, 마음 터전에 고요히 감사의 기도를 심으면 됩니다. 9월 3일 수요일, 좋은 아침입니다. 따뜻한 찬양으로 문을 엽니다.
